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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사태, 정리 해고, 그리고 평화의 중요성

Tap to restart 2024. 12. 31. 12:00

12월 3일 계엄, 12월 14일 탄핵안 가결

12월 3일 갑자기 비상계엄이 선포되었다. 목숨을 걸고 국회로 달려간 시민들과 국회의원들 덕분에 계엄은 바로 해제되었다. 정말 그분들께 감사드리고 싶다. 언제든 다시 계엄이 선포될 수 있는 상황이 지속되다가 12월 14일에야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었다.

 

투자 취소 및 정리 해고

내가 다니는 스타트업은 거의 확정되었던 투자가 계엄과 탄핵안 가결 사이에 급작스럽게 취소되었다. 한 투자사가 투자를 취소하면서 줄줄이 투자가 취소되었고, 정리해고가 발표되었다. 12월 8일에 투자가 취소되기 시작했으니 12월 7일에 탄핵안이 가결되었다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 어떤 투자사도 계엄 때문에 투자를 취소했다고는 말하지 않을 거 같다. 경제는 정치와 엮이는 것을 싫어하니까 불확실성이란 단어를 사용할 거 같다. 총을 든 군인이 국회에 진입하는 일이 벌어지는 나라에서는 전쟁이든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으니까 불확실성이란 단어가 더 적합하다.

 

정리해고

회사 자금이 바닥나 런웨이가 한달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투자사들의 투자가 취소되었고, 기존 투자자들은 자금 긴급 수혈 조건으로 정리해고를 내걸었다. 회사 전체 인력의 50% 가까이가 정리해고 되었다. 내가 속한 팀은 헤드와 리드가 자신들을 희생해 퇴사를 신청해서 나를 포함한 많은 팀원들은 정리해고 당하지 않을 수 있었다. 자신을 희생하기 쉽지 않은데, 멋진 리더들이었다.

 

끝나지 않은 상황

탄핵안은 가결되었지만, 불확실성은 해소되지 않았다.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된다면 언제든 다시 계엄을 선포할 수 있고, 북한의 공격을 유도해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다. 자신들의 권력과 안위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니까.

 

정치와 평화

이번 내란 사태는 정치가 너무나 쉽게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평화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평화가 깨지면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삶이 망가진다. 계엄이 터지기 며칠 전에 투자가 잘 될 거라고 보고, 어디로 워크숍을 갈지 논의하던 우리 회사는 언제 망할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최고의 동료로서 함께 일했던 팀의 헤드분과 리드분들은 슬프게 갑자기 팀을 떠났다.

 

평화 없이는 모든 것이 아무 것도 아니다

독일 베를린에 빌리 브란트 박물관에 갔을 때 봤던 문장이 떠오른다.

"Peace is not everything, but everything is nothing without peace."

"Peace is not everything, but everything is nothing without peace."
"평화가 전부는 아니지만, 평화 없이는 모든 것이 아무 것도 아니다."
출처: willy-brandt.de

 

2025년에는 다시 평화로운 대한민국, 군인이 시민들에게 총을 겨눌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대한민국이 되면 좋겠다.

평화가 전부는 아니지만, 평화가 없다면 모든 것이 무너질 수도 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