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 계엄, 12월 14일 탄핵안 가결
12월 3일 갑자기 비상계엄이 선포되었다. 목숨을 걸고 국회로 달려간 시민들과 국회의원들 덕분에 계엄은 바로 해제되었다. 정말 그분들께 감사드리고 싶다. 언제든 다시 계엄이 선포될 수 있는 상황이 지속되다가 12월 14일에야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었다.
투자 취소 및 정리 해고
내가 다니는 스타트업은 거의 확정되었던 투자가 계엄과 탄핵안 가결 사이에 급작스럽게 취소되었다. 한 투자사가 투자를 취소하면서 줄줄이 투자가 취소되었고, 정리해고가 발표되었다. 12월 8일에 투자가 취소되기 시작했으니 12월 7일에 탄핵안이 가결되었다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 어떤 투자사도 계엄 때문에 투자를 취소했다고는 말하지 않을 거 같다. 경제는 정치와 엮이는 것을 싫어하니까 불확실성이란 단어를 사용할 거 같다. 총을 든 군인이 국회에 진입하는 일이 벌어지는 나라에서는 전쟁이든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으니까 불확실성이란 단어가 더 적합하다.
정리해고
회사 자금이 바닥나 런웨이가 한달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투자사들의 투자가 취소되었고, 기존 투자자들은 자금 긴급 수혈 조건으로 정리해고를 내걸었다. 회사 전체 인력의 50% 가까이가 정리해고 되었다. 내가 속한 팀은 헤드와 리드가 자신들을 희생해 퇴사를 신청해서 나를 포함한 많은 팀원들은 정리해고 당하지 않을 수 있었다. 자신을 희생하기 쉽지 않은데, 멋진 리더들이었다.
끝나지 않은 상황
탄핵안은 가결되었지만, 불확실성은 해소되지 않았다.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된다면 언제든 다시 계엄을 선포할 수 있고, 북한의 공격을 유도해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다. 자신들의 권력과 안위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니까.
정치와 평화
이번 내란 사태는 정치가 너무나 쉽게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평화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평화가 깨지면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삶이 망가진다. 계엄이 터지기 며칠 전에 투자가 잘 될 거라고 보고, 어디로 워크숍을 갈지 논의하던 우리 회사는 언제 망할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최고의 동료로서 함께 일했던 팀의 헤드분과 리드분들은 슬프게 갑자기 팀을 떠났다.
평화 없이는 모든 것이 아무 것도 아니다
독일 베를린에 빌리 브란트 박물관에 갔을 때 봤던 문장이 떠오른다.
"Peace is not everything, but everything is nothing without peace."
"평화가 전부는 아니지만, 평화 없이는 모든 것이 아무 것도 아니다."
출처: willy-brandt.de
2025년에는 다시 평화로운 대한민국, 군인이 시민들에게 총을 겨눌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대한민국이 되면 좋겠다.
평화가 전부는 아니지만, 평화가 없다면 모든 것이 무너질 수도 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