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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정할 수 없다면 관리할 수 없다."라고 피터 드러커는 말한 적이 없다고?

Tap to restart 2023. 3. 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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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커가 했다고 하는 그 말

KPI(핵심성과지표)와 평가에 관한 HR 담당자의 설명을 듣다가 눈에 띄는 문장이 있었다. 

"측정할 수 없다면 관리할 수 없다." - 피터 드러커

피터 드러커. 경영학의 아버지라고 불리기도 하는 그 분이다. 실제 검색해보면 비슷한 문장을 인용한 칼럼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서평 / 성과지표의 배신, 김태완, 물류신문, 2022. 6. 15.
[ET단상]'Plan-Do-See'의 오류, 류승범, 전자신문, 2022. 8. 23.

 
모두 피터 드러커가 말했다고 피터 드러커를 인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피터 드러커는 “측정할 수 없다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도 없다”라고 말했다. ...
출처: [ET단상]'Plan-Do-See'의 오류, 류승범, 전자신문, 2022. 8. 23.

고 말이다. 
 

드러커는 결코 말하지 않았다고?

검색하다 흥미로운 글을 찾았다. 
“What gets measured gets managed” — It’s wrong and Drucker never said it, Danny Buerkli, 2019. 4. 8.
「"측정되는 것은 관리된다." — 이것은 잘못되었고 드러커는 결코 말하지 않았다」는 글이었다!
 
말을 하지 않았다는 근거가 꽤 신빙성이 있었다. 출처가 바로 드러커 연구소이기 때문이다.
 
드러커 연구소 글을 보자.

“If you can’t measure it, you can’t manage it.”
This maxim ranks high on the list of quotations attributed to Peter Drucker. There’s just one problem: He never actually said it.
출처: Measurement Myopia, Drucker Institute, 2013. 7. 4.
번역: "측정할 수 없다면, 관리할 수 없다." 이 격언은 피터 드러커의 인용구 목록의 상위에 있다. 딱 한 가지 문제가 있다. 피터 드러커는 결코 그것을 말한 적이 없다.

드러커에 대해 가장 권위 있다고 볼 수 있는 드러커 연구소를 신뢰한다면, 드러커는 결코 그렇게 말한 적이 없게 된다. 
 

왜 다들 드러커가 말했다고 인용하는 거지?

아마 문장 자체가 설득력이 있기 때문일 거 같다. 얼핏 생각하면 '측정할 수 없다면, 관리할 수 없다고? 음... 아마 그렇겠지'하고 동의하게 된다.
그 설득력에 드러커란 사람이 말했다고 권위를 얹는 순간, 문장 자체를 반박하기 어려워진다.

명제의 대우

고등학교 수학시간 집합 시간을 떠올려보자. 명제가 참이라면 대우도 참이 된다. 예를 들어 "사람은 동물이다"의 대우인 "동물이 아니면 사람도 아니다"도 역시 참이다.
"측정할 수 없다면, 관리할 수 없다."의 대우는 "관리할 수 있다면 측정할 수 있다."가 될 것이다. 관리할 수 있지만 측정할 수 없는 것은, 측정하기 어려운 것은 없을까. 기업에는 정량적으로 수치화해서 측정하기 어렵지만 관리해야 하고 관리하고 있는 수많은 것들, 기업 문화, 함께 일하는 구성원, 협동심(팀워크) 등이 있다. 
 

그는 결코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것 같다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 책을 읽으면서 드러커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 거 같다는 확신이 생겼다.

관리 수단은 측정 불가능한 것에 대해서도 적용해야 한다
조직 내부에는 아주 중요하지만 정량화할 수 없는 사안이 존재한다. 우수한 인재를 매료시키고 붙들어 두지 못한 나머지 사양길에 접어든 기업이나 산업이 있다.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눈에 보이는 일은 아니지만, 전년도 이익 등 눈에 띄는 수치보다 훨씬 중요한 기업의 생존 지표다. 
측정할 수 있는 것은 이미 발생한 사실, 과거의 것이다. 여기에 미래에 관한 것은 없다. 측정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외부가 아닌 내부에 관한 것이다.
...
게다가 측정과 정량화가 성공할수록 결과에만 주목하게 된다. 따라서 잘 관리되고 있는 것처럼 보일수록 그만큼 관리되고 있지 않을 위험이 있다.
출처: 피터 드러커·매니지먼트, 피터 드러커 지음. 남상진 옮김, 청림출판, 2007, 212쪽
책 매니지먼트 212쪽

피터 드러커는 도리어 측정 불가능한 것에 대한 관리를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
 
KPI를 위한 정량화와 그에 따른 평가는 결과에만 주목하게 만든다. 과정은 정량화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KPI를 개인별로 할당한다면 기업의 개별 구성원들은 저성과자란 평가를 혼자 받지 않기 위해서 노력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 노력의 방향은 협력이 아니라 기업 내 다른 구성원들과의 경쟁일 가능성이 클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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