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원인은 기업의 성장 속도를 초창기 멤버가 쫓아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초기 스타트업 상황
초기 스타트업은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 워낙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보니 대표가 원하는 수준의 인재를 구할 수 없다. 그래서 좀 미흡하더라도 채용을 하게 된다. 당신이 구직 중일 때 직원 5명도 안 되는 회사에 가고 싶은지 생각해보라.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신입 입장에서는 배울 게 없는 곳, 체계가 안 잡힌 곳으로 느껴질 것이고, 경력직 입장에서는 내가 모든 걸 다 책임져야 하는 곳으로 느껴질 것이다. 그렇게 작은 회사임에도 미래가 밝지도 않은데 입사를 결정한 경우에는 거기 말고 다른데가 모두 떨어졌거나 당장 돈이 급하거나 등 사정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성장, 투자
초창기 멤버들이 의기투합하고 시장 상황이 나아져서, 운이 좋아서 기업이 성장했다. 그럼 투자 유치를 하게 된다. 이제 예전보다는 좀 더 성장했고 사람들이 들었을 수도 있는 회사가 되어 있다. 이 때 구인을 하면 이전보다 더 잘 하는 친구들이 입사하게 된다. 회사의 미래가 밝아보이니까 함께 성장할 기회라고 생각하고 들어오게 된다.
대표의 입장
더 성장 시켜야 하므로 예전처럼 쉽게 뽑지 않고, 훌륭한 인재를 데려오기 위해서 노력한다. 훌륭한 인재를 데려와야 추가로 투자 받는데도 유리하다. 그래서 시리즈B 투자받은 뒤 많은 회사들이 유명 개발자를 CTO로 데려오거나 한다. 그렇다면? 기존 개발팀장은? 기존 직원들은? 어떤 마음이 들까.
초창기 멤버의 마음
회사가 성장할수록 초창기 멤버들은 서운할 수 있다. 점점 외부 인력들이 장 자리를 차지하고, 밀려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외부 인력이 더 경력도 좋고 실력도 좋을 확률이 굉장히 높은데, 저들이 나보다 잘하니 당연히 내 자리를 줘야지라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회사를 키우는데 기여했는데, 연봉이든 대우든 새로 들어온 친구들한테 밀리고 찬밥이 되었구나란 느낌을 받기 쉽다. 이때 선택은 이직을 하거나, 아니면 남아서 최소 외부에서 들어온 친구들만큼 실력을 쌓아서 인정받거나 둘 중 하나다.
대부분 이직
물론 대부분 이직을 하게 된다. 그러니 초창기 멤버는 회사가 클수록 거의 안 남아 있게 된다. 특히 기업이 아주 빠른 속도로 성장할수록 이런 경향이 심해진다. 기업이 성장하면 대표는 성장한다. 대표가 성장하는 만큼 기업이 성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그래서 대표는 그대로 남는 경우가 많다.
프로팀을 보면 당연한 이치
승격제도가 있는 프로축구팀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당연한 이치다. 2부리그에서 1부리그로 팀을 승격시켰을 때 2부리그 팀원들이 그대로 중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새로 유명 공격수, 미드필더, 수비수를 영입해오고 기존 선수는 후보선수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때 기존 선수는 다시 이적해서 기회를 찾게 된다.
사람들은 현재의 모습만 알아
사람들은 현재의 기업 모습만 보며 N사, K사, C사 출신이라고 하면 '오~'하고 감탄하게 된다. 하지만 그들이 초창기 멤버이고, 5부리그 축구팀 시절 4부리그로 승격시킨 그 팀원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지금은 1부리그 축구팀처럼 유명 회사니 그들에게는 유명 회사 출신이라는 간판, 명예 뱃지가 하나 생기게 된다. 그 뱃지 하나로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된다. 초창기 멤버로 헌신한 결과로 뱃지가 생기면 그것 자체로 좋은 일 아닐까. 그러니 내 수준에 맞는 팀 중 승격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데를 잘 골라서 들어가야 한다. 자신의 성장속도보다 기업이 빨리 성장한다면 그래서 버티기 어렵다면, 이직하면 그만이다. 우리에게는 그래도 뱃지 하나는 남을테니. 너무 슬퍼할 필요도 스트레스 받을 필요도 대표한테 서운해 할 필요도 없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