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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생활에서 낙인烙印과 스탬프Stamp

Tap to restart 2023. 7. 12. 10:00

낙인

낙인烙印. 쇠붙이를 불로 달구어 찍는 도장을 낙인이라고 한다. 소나 돼지 같은 가축에 주로 찍고 과거 큰 범죄를 저지른 사람한테 찍기도 했다. 당연히 현대 사회에서 사람한테 직접 도장을 찍지는 않는다.

'너 찍혔어', '나 찍혔나봐'

흔히 말하는 찍혔다는 표현이 바로 낙인이다. 학창 생활 때 주변 친구들이든 본인이든 듣게 되는 말, "너 선생님한테 찍힌 거 같아"처럼 말이다. 선생님이 '문제 학생', '떠드는 학생' 등이라고 도장을 찍은 상황일 때 쓰게 된다.

낙인과 브랜드, 강화 효과

나이키 등 유명 브랜드 옷은 로고가 크게 박혀 있어 멀리서도 잘 보인다. 낙인도 비슷하다. 선생님은 멀리서 보기만 해도 바로 '문제 학생'을 떠올리고 A와 B가 같은 행동을 해도 반응이 다르다. 같은 행동을 했는데 공부 잘 하는 '모범생' 친구한테는 별말 없는 경우를 한번쯤은 경험했을 것이다.

회사 생활과 낙인

회사 생활에서도 낙인을 경험하게 된다. 큰 실수를 한 팀원이라면 '신뢰할 수 없는 팀원', 기한을 어긴 팀원이라면 '기한을 못 지키는 팀원', 자주 지각하는 팀원이라면 '상습지각팀원' 등.

낙인의 악순환

낙인이 찍힌 걸 인지했을 때는 이미 악순환에 빠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몇번의 크고 작은 실수로 '신뢰할 수 없는 팀원'이라고 낙인이 찍힌 경우를 생각해보자. 관리자인 팀장은 해당 팀원을 예의주시한다. 그리고는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문제 삼기 시작한다. 개발자라면 코드 리뷰 때도 한줄 한줄 지적 받게 된다. 팀장의 지적에 응답해야 하니 정신적 피곤함뿐만 아니라 절대적 시간이 부족해진다. 리뷰가 오래 걸리니 코드 작업량이 줄어들게 되고, 작업량이 줄어드니 첫 낙인인 '신뢰할 수 없는 팀원'과 더불어 '생산성이 떨어지는 직원'으로 두 번째 낙인이 찍히게 된다. 낙인이 더 강화되는 것이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낙인을 인지해야 한다. 어떤 부분에서 낙인을 당했는지 인지한 뒤 자꾸 도장을 지워야 한다. 도장을 지우기 위해서 계속 신경써야 한다. 그래도 잘 안 지워진다. 낙인 찍히지 않은 팀원보다 몇 배 노력이 필요하다. '신뢰할 수 없는 팀원'으로 찍힌 경우라면 코드 한줄 작성할 때도 어떤 질문이 들어올지 미리 생각하고, 최대한 문제가 안 생기도록 짜야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같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안 보이는 곳에서 추가로 일해야 한다. 추가근무하면서도 추가근무 티를 내서는 안 된다. 이미 찍힌 상태에서 추가근무를 많이 했다고 말하면 열심히 한다고 인식하기보다 다른 팀원과 비슷한 성과를 내기 위해 훨씬 더 많이 일하는 '저성과자'라는 추가 낙인이 찍힐 수 있기 때문이다.

관찰기간 갖기

회사 생활 오래한 사람들이 입사 초기에 튀지 말고 조용히 지내라고 하는 이유도 낙인과 관계가 깊다. 팀장 등 관리자가 어떻게 팀원을 바라보는지 낙인 찍은 팀원을 어떻게 대하는지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대한 팀 분위기를 관찰하면서 낙인 찍히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좋다. 한번 낙인이 찍히면 회복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회복까지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편견과 고정관념

사람들은 대부분 편견과 고정관념을 갖고 살아간다. 그게 판단하는데 시간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입사 초 5분씩 연달아 3번 지각한 팀원이 있다면, 팀장은 '지각을 자주 하는 친구'라고 판단하고 그 뒤로는 자세히 보지 않을 것이다. 그 뒤로 단 한 번도 지각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탓해봐야 얻는 게 없다. 우리 자신도 그런 편견과 고정관념 속에서 살아가니까. 거꾸로 어떻게 나한테 긍정적으로 작동하도록 할지 고민해야 한다. 상대방이 긍정적 낙인을 찍도록 만들어야 한다. 낙인이란 단어가 주는 어감이 부정적이니 도장의 영어 단어인 스탬프stamp라고 부르자. 박물관이나 관광지에 가면 스탬프 투어가 많다. 스탬프는 긍정적인 느낌이다.

긍정 스탬프 확보하기

입사 초기 긍정적 스탬프를 얻고, 긍정적 인식을 심어야 한다. 지각을 하지 않고, 마감도 잘 지킨다면, '신뢰할 수 있는 팀원'이란 스탬프를 얻을 수 있다. 팀장의 성향을 최대한 파악하고, 초기에는 더 자주 보고하고 팀장이 원하는 정도로 파악한 것보다 더 자세히 보고하는 것이 좋다. 팀장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빠진 부분을 채워달라고 팀원한테 요구하려면 자세하고 구체적인 설명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은 필요 없으니 다음 보고부터는 빼자는 설명은 아주 간단하다. 당신이 팀장이라면 어떤 것을 선호하겠는가.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야 '일 잘 하는 친구'란 스탬프를 획득할 수 있다.
 

긍정 스탬프의 효과

긍정 스탬프를 많이 얻을수록 회사 생활이 편해진다. 대부분 관리자들은 신뢰할 수 있는 팀원에게 보통 마이크로매니지먼트(micromanagement)라고 하는 세부 관리까지 하지 않는다. 알아서 보고 하고, 일을 잘 처리하는데 굳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마이크로매니징 하는 게 더 번거롭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뢰할 수 있는 팀원이란 긍정 스탬프를 획득하고 나면 재량권이 생긴다. 더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란 스탬프를 획득했다면, 한번 쯤 지각해도 문제 삼지 않는다. 무슨 일이 있겠지라고 생각하고 더 자세히 물어보지도 않는다. 
 

낙인이든 스탬프든 입사 초기가 중요

입사 초기가 중요하다. 입사 초기에 긍정 도장, 스탬프를 확보하자. 입사 초기에는 되도록 말도 적게 하는 게 좋다. 같은 메시지라도,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어떤 성향을 갖고 있는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게 최우선이다. 도장을 찍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상대방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