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 Restart

새 팀원 오리엔테이션 때 보여준 영화 속 한 장면

Tap to restart 2022. 4. 26. 12:00

우리 팀에 새 팀원이 오게 되었고, 내가 팀 소개(오리엔테이션)를 맡게 되었다.

첫 인사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게 되었다.

 

내가 취업했을 때를 먼저 떠올려봤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하거나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느낌과 비슷했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들, 그 속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 거기다가 수습기간의 압박도 있었다. 잘 해내지 못했을 때 잘릴 수도 있으니까. 마음 속에는 여러 감정이 있었다. 기대. 희망. 두려움. 압박감 등. 이 중에서 기대보다는 두려움이 컸던 거 같다. 잘 해낼 수 있을까, 잘못하면 어쩌지, 괜히 실수해서 찍히면 어떻게 하지...

 

그때 떠오른 영화가 있었다. 그건 바로 '번지점프를 하다'.

 

 

 

"이게 뭐냐"

"낙서요"

"지구다. 이 지구상 어느 한 곳에 요만한 바늘 하나를 꼽고 저 하늘 꼭대기에서 밀씨를 또 딱 하나 떨어뜨리는 거야. 그 밀씨가 나풀나풀 떨어져서 그 바늘 위에 꽂힐 확률. 바로 그 계산도 안 되는 기가 막힌 확률로 니들이 지금 이곳, 지구상에 그 하고 많은 나라 중에서도 대한민국, 중에서도 서울, 서울 안에서도 세연고등학교, 그 중에서도 2학년, 그거로도 모자라서 5반에서 만난 거다. 지금 니들 앞에 옆에 친구들도 다 그렇게 엄청난 확률로 만난 거고, 또 나하고도 그렇게 만난 거다. 그걸 ‘인연’이라고 부르는 거다. 인연이란 게, 좀 징글징글하지?"

 

난 어차피 팀원이었고, 새로 온 친구도 팀원이었다. 난 새로 온 친구를 평가할 위치가 아니었다. 그래서 난 첫 인사로 위 영상을 보여주었다. 우리가 기가 막힌 우연과 우연이 겹쳐 이곳에 앉아 있게 되었다고. 이것도 인연이니 함께 이곳에 있는 동안에는 즐겁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얘기하라고. 그리고 팀 관련 문서, 업무 방식, 주의할 점 등을 상세히 알려줬다. 사실 난 뭔가 멋진 PPT를 만들지는 않았다. 구글 사이트 도구로 위키처럼 만든 페이지로 대략적인 설명을 했다. 내가 공들여 준비한 것은 저 영상이었다. 내 의도는 두려움을 조금이라도 줄여주는 것이었으니까.

 

실제 이 영상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다행히 내가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한 친구들은 바로 퇴사하거나 수습기간에 잘리거나 하지 않고 잘 적응해서 다녔다.

 

덧붙임.

저 대사를 직접하면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나올 수 있다. 되도록 틀어주는 게 나은 거 같다. 배우가 말하는 건 우리가 말하는 것과 다르니까. 진심이 담긴 목소리, 적당한 속도, 중간 중간에 약간의 쉼 그것들을 재현해내기는 너무 어려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