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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배달은 배달을 대체할 수 없다

Tap to restart 2024. 10. 6. 13:02

로봇 배달은 배달을 대체할 수 없다

로봇 배달은 배달이 아니다. 집 앞 픽업에 더 가깝다. 상점에서 픽업하던 물리적 거리를 단축 시켜줘서 집 앞에서 픽업하는 형태다. 로봇 배달은 배달원을 구하기 어려운 지역과 배달원이 기피하는 근거리 배달을 주로 담당한다. 로봇 배달은 픽업을 대체한다. 로봇 배달은 배달 시장을 더욱 크게 만들 것이다. 하나씩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로봇 배달은 배달이 아니다

우리가 평소 경험하는 배달은 배달원이 택배나 음식을 현관문 앞까지 찾아와서 직접 건네주거나 현관문 옆에 놓고 간다. 로봇 배달은 고객이 건물 앞까지 나와서 로봇의 뚜껑을 열고 직접 물건을 찾아가야 한다. 기존 배달과 다르다. 배달 로봇들은 손이 없다. 따라서 로봇은 직접 물건을 꺼낼 수 없다. 고객이 직접 꺼낼 수밖에 없다. 로봇은 건물 안을 못 들어간다. 로봇이 건물 안을 들어가려면 자동문도 열 수 있어야 하고, 엘리베이터도 탈 수 있어야 한다. 기존에 배달원들은 손으로 동호수를 눌러서 아파트 현관 출입 자동문을 열어 달라고 고객한테 요청했고, 고객이 문을 열어줬다. 엘리베이터를 탈 때도 마찬가지다. 배달원은 손으로 엘리베이터 문을 열고 타서, 목적층을 눌러서 고객이 살고 있는 현관문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로봇은 손이 없다. 물론 손 없이도 열 수 있다. API 연동이 가능한 자동문과 엘리베이터 등 일부만 가능하다. 오래된 아파트나 대부분 건물은 쉽지 않다. 지어진 지 얼마 안 되고, 최신식 시스템으로 연동 가능 자동문과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일부 아파트 등 건물만 가능하다. 일부 아파트 건물은 추후 로봇이 현관문까지는 와줄 수 있겠지만 다수의 아파트나 다가구 주택 등에 사는 고객들은 건물 앞까지 나와서 물건을 직접 찾아가야 한다.

요기요 배달 로봇, 뉴비(뉴빌리티 제작). 손이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출처: 요기요 보도자료

 

로봇 배달은 배달원을 구하기 어려운 지역과 배달원이 기피하는 근거리 배달을 주로 담당한다

요기요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위대한상상의 요기요, 자율주행 한집배달 서비스 ‘로봇배달' 정식 런칭 "요기요, 배달앱 최초로 ‘로봇배달’ 실전 투입 나선다" 보도자료를 보면 "요기요는 라이더 수급이 어려운 지역에 로봇 배달이 가능해짐에 따라 배달 효율성을 높이고," 라고 적혀 있다. 수급이 어려운 지역은 어떤 의미일까.

 

배달원 수급이 어려운 지역

배달원의 평균 월소득은 어떻게 될까. 연합뉴스 2023년 기사 "배달라이더, 평균 주 57시간 일하고 월 256만원 벌어"에 따르면 평균 월 256만원을 번다고 한다. 2023년 기준 최저임금을 주 5일 8시간으로 계산한 월급 2,010,580원보다 약 27% 정도 더 버는 수준이다. 월 256만원을 버는 배달원이 10억짜리 아파트에 살 가능성은 낮다. 배달원들이 살만한 주거지가 많은 지역이어야 배달원을 구하기 쉽다.

 

요기요가 첫 로봇 배달 지역으로 선정한 송도를 보자. 아래는 네이버 부동산에서 송도동을 검색한 결과다. 송도는 신도시라 진짜 아파트 뿐이다. 그것도 대부분 5억 이상 아파트다.

네이버 부동산 송도동

 

빌라, 다가구 같은 저렴한 주거지를 찾기가 어렵다. 송도에서 일하는 배달원은 옆동네 연수동 출신일 가능성이 크다.

 

송도라고 특별히 더 배달료를 더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배달원 입장에서 연수동과 송도동이 배달 수요가 비슷하고 연수동에서 일거리를 찾을 수 있다면 굳이 송도까지 가서 일할 이유가 없다.

 

배달원의 배달료와 근거리 기피

배달료 산정 방식을 살펴보자. (출처: 요기요 배달료 산정 방식)

 

할증 기준 거리 이내 배달을 배달원은 기피한다. 가까운 거리 배달과 먼 거리 배달을 선택할 수 있을 때 배달원은 먼 거리를 선호한다. 그래야 거리당 금액으로 조금이라도 수익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배달원이 가게에서 기다리는 시간은 보상받지 못한다. 가까운 거리 배달이 좋을 거 같지만, 가게에서 기다리는 시간은 대체로 비슷하다고 봤을 때 배달 건당 수익이 조금이라도 늘어나는 먼 거리를 선호하게 된다. 배달을 시키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상하게 여겨지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내 집에서 가까운 상점의 배달을 더 시키기 어렵게 된다.
 

신도시 위주 근거리 배달만 가능한 로봇 배달

로봇 배달과 일반 배달을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다.

  일반 배달 로봇 배달
배달 주체 사람 로봇
배달원의 이동 수단 오토바이, 자전거 등 로봇
배달원의 이동 장소 차도 인도
배달 가능 지역 어디든 가능 평지에 인도가 넓은 신도시 위주
배달원의 최고 이동 속도 오토바이 60km/h, 자전거 35km/h 5.76km/h(뉴비 기준)
배달 장소 건물 각 층의 고객 현관문 옆 건물 앞
배달 가능 거리 보통 반경 4km 이내 최대 반경 1.2km
배달 소요 시간 직선 거리 4km(실제 거리 6km),
평균 속도 20km/h로 이동 시 18분 소요
직선 거리 1.2km(실제 거리1.8 km),
평균 속도 4km/h로 이동 시 27분 소요
고객의 수취 시 복장 실내복 실외복
물품 수취 가능 시간 시간 제한 특별히 없음 시간 내 수취 필수(요기요 로봇 도착 15분 이내)

 
 
현재 배달 로봇은 차도를 다닐 수 없다. 인도만 다닐 수 있다. 뉴빌리티의 배달 로봇 뉴비의 경우 최대 속도는 5.76km/h다(출처: 실외이동로봇 운행안전인증 인증제품현황). 그 이상 속도로 다니게 되면 인도에 다니는 사람들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걸어서 배달하는 것보다 약간 빠른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사람이 걸어서 배달하는 경우 배달 가능 거리가 확 줄어든다. 로봇의 최대 배달 가능 거리는 고객의 집과 매장들 사이 반경 1.2km 이내다. 로봇은 반경 1.2km 이내 가까운 상점들만 배달할 수 있다. 매장과 고객의 집까지 거리만 1.2km이므로 실제 매장까지 이동 거리까지 생각하면 로봇 배달 소요 시간은 보통 30~40분 정도가 된다. 같은 거리를 일반 배달원이 오토바이로 배달한다면? 10~20분 정도에 받을 수 있다. 또 자율주행로봇의 특성상 인도와 차도 구별이 없는 구도심 거리를 다니기는 쉽지 않다. 다닐 수 있다고 해도 장애물이 많아서 제 때 배달이 어렵다. 따라서 배달 가능 지역은 평지에 인도와 차도가 명확히 구분되어 있고, 인도가 넓은 신도시 위주로 가능하다. 그래서 첫 서비스 지역이 송도 신도시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로봇 배달은 픽업을 대체한다

로봇 배달은 배민 커넥트의 도보나 자전거 배달을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 속도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픽업을 대체한다. 내가 가서 갖고 오나 로봇 통해서 집 앞에서 픽업하나 시간 상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로봇 배달료를 굉장히 낮게 받는다면 로봇 배달을 이용해서 집 앞에서 픽업하는 것이 소비자 입장에서 이익이다.
 

로봇 배달은 배달 시장을 더욱 크게 만들 것이다

로봇 배달은 주로 오토바이를 이용한 배달원들이 기피하는 근거리 배달을 담당하게 된다. 배달원을 구할 수 없어서 배달 서비스 제공이 어려웠던 가까운 매장에서도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는 것이다. 요기요나 배민 같은 배달 플랫폼 입장에서는 시장이 확대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고객 입장에서도 가까운데 도리어 배달이 잘 안 되어서 이용이 불편했던 매장에서 배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또 로봇의 특성 상 기후와 시간에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배달 서비스 이용 시간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로봇 배달은 기존 배달과 제로섬 게임을 하기보다는 배달 시장을 더 크게 만들 것이다.